LG의 역사 연재19편]
앉아 사면 2,000원 가서사면 1,000원 유니나 샴푸
치약으로 양치 문화를 바꿔놓은 LG는 샴푸 문화도 바꾸어 놓았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샴푸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았고 조금 더 신경을 쓴다고 해도 식초를 탄 물로 헹구는 정도였다.
수입 샴푸가 있었지만 방문 판매를 통해서만 살수 있는 소수 계층만의 전유물이었다. 락희화학은 '두발용 세제'라는 별명을 붙여 '크림 샴푸'를 생산하며 샴푸시장에 진출했는데, 초기에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 광고 담당, 개발 담당, 생산 담당자로 구성된 샴푸 개발 TF팀이 꾸려졌다. 당시 국내 시장의 샴푸 보급률은 낮았지만 그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하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선호도가 외국 경쟁사에 비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제품이 개발되었다.
제품에 걸맞는 세련된 디자인의 용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할 무렵, 마침 제품 개발 담당자가 중동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용기에서 힌트를 얻어 다이아몬드처럼 각진 형태의 깨지지 않는 투명 페트병으로 만들기 결정했다. 또 용기에 어울리게 샴푸 전체도 투명 빛을 띠도록 만들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샴푸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투명 주황빛의 샴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제품 이름에도 공을 들여 수많은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후에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는 '유나나'라는 이름이 이때 탄생돼싿. 우리말이지만 발음하는대로 쓰면서 흡사 외국어 같기도 한 작명 방식의 효시인 셈이다.
다음은 가격. 당시 방문 판매를 통해 팔리던 경쟁사 샴푸 한 통의 가격이 2천원이었는데, 양복 한벌이 1만원정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서민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그토록 가격이 비쌌던 이유는 50%에 달하는 방문 판매 제품의 높은 마진율 때문이었다. TF팀의 조사결과, 고객들은 1천원 정도라면 샴푸를 사서 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정도 가격이면 회사에서도 적정 마진을 얻을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와서 '유니나'의 가격은 1천원으로 책정되었다. LG는 '유니나'의 유통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샴푸는 화장품과 더불어 방문 판매를 통해 주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LG로서는 다시간에 조직을 구축할 수도 없었거니와 경쟁사가 강력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채널에서 경쟁해봐야 승산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LG가 이미 가지고 있는 유통 채널인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높은 가격을 파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점에서의 샴푸 판매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제 남은 일은 빠른 시간안에 '유니나'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신문광고 카피가 "앉아사면 2,000원 가서사면 1,000원"이었다. 가까운 슈퍼에 가면 쉽게 살 수 있고 가격도 훨씬 저렴함을 한꺼번에 알린 이 문구는 단번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럼한 가격으로, 다이아몬드처럼 예쁘게 생간 투명한 용기에 담아 판대하는 '유니나'는 급속하게 팔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불과 출시 1년만에 1천병 생산을 돌파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샴푸로 등극했다. 그 이듬해에는 2천만병 생산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 제품을 계기로 LG생활건강은 샴푸 시장에서 막강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에 올랐고, 국내 샴푸 시장 규모를 3~4배 더 키우는 역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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